굼뜬 필라멘트에 말을 싣다 — 전구 광통신
V2 공개자료 교차확인 — 둘 이상의 독립된 자료로 확인
탐구 주제
IYPT 2000 문제 6 ‘Transmission of signals’에 관한 원리 해설과 탐구 설계입니다.
교육과정 연결
중학교 과학 「전기와 자기」(전류의 열작용)·「빛과 파동」 / 고등학교 물리학 「전기와 자기」(전기 에너지와 줄열)·「빛과 물질」(빛의 검출) / 과학탐구실험1·2(측정·오차, 신호와 잡음) / 진로선택 「역학과 에너지」 중 「열과 에너지」 · 「전자기와 양자」 중 「빛과 물질」 (2022 개정 교육과정, 단원 코드는 NCIC에서 최종 확인).
핵심 개념
백열, 텅스텐 필라멘트, 열복사, 슈테판–볼츠만 법칙, 줄열, 열용량, 열관성, 열시상수, 상승·하강 시간, 변조, 변조 깊이, 차단 주파수, 정보율(bit rate), 포토다이오드, 신호대잡음비, 주변광 잡음, 역제곱 법칙, 다중화, 품질 지수(정보율 × 거리)
원리 살펴보기
전구를 아주 빨리 껐다 켜면, 빛도 그만큼 빨리 깜빡일까? 백열전구의 빛은 텅스텐 필라멘트가 2,000 K가 넘게 달아올라 내는 열복사다. 스위치를 끊어도 빛이 곧바로 사라지지 않는 것은 불에서 내린 프라이팬이 한참 뜨거운 것과 같다. 전구가 신호를 얼마나 빨리 실어 나를 수 있는지는 회로가 아니라 필라멘트가 식는 속도가 정한다. 제너럴 일렉트릭 자료에서 100 W 전구는 전원을 끊고 빛이 10 %로 떨어지기까지 약 0.06 s가 걸린다 — 이 열관성이 곧 정보율의 천장이다. 문제가 빛줄기에 손대지 말라고 못 박은 이유도 여기 있다. 빔을 회전 원판으로 끊는 초퍼를 허용하면 굼뜬 필라멘트를 우회할 수 있어(실제로 열적외선 연구에서 직접 점멸은 약 10 bps에 그치지만 초퍼로는 640 bps에 이른다), 문제는 전구의 한계와 씨름하라고 그 손쉬운 길을 막아 둔 것이다.
그렇다면 더 밝은 전구를 쓰면 될까? 여기서 문제가 품질을 ‘정보율 × 거리’의 곱으로 정의한 이유가 드러난다. 빛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 옅어지니 멀리 보내려면 밝아야 하는데, 밝은 전구는 필라멘트가 굵고 무거워 느리다 — 냉각 시간은 10 W에서 약 0.02 s, 1,000 W에서 약 0.30 s로, 정격 전력을 100배로 키우는 동안 15배 느려진다. 밝기를 얻으면 속도를 잃고 속도를 얻으면 거리를 잃으니, 둘의 곱으로 재면 어느 한쪽으로도 도망칠 수 없다. 최적은 맞바꿈 자체를 바꾸는 쪽에 있다. 반사경으로 빛을 한 방향에 몰아넣으면 전구를 키우지 않고도 거리를 벌고, 필라멘트를 끄지 않고 달군 채 얕게만 흔들면 식는 폭이 작아 훨씬 빨리 따라온다 — 대신 변조가 얕아진다.
빛줄기에 말을 싣는 시도는 오래됐다 — 1880년 벨은 햇빛을 거울로 흔들어 200 m 너머로 목소리를 보냈다(광선전화). 이 원리는 지금도 일한다. 적외선 리모컨과 광 무선 통신(LiFi)(열관성 없는 LED라 훨씬 빠르다), 열적외선 보안 통신(소형 백열전구에서 출발한 ‘THz Torch’ 연구는 성능을 거리와 비트율의 곱으로 매긴다), 자동차 제동등(필라멘트가 달아오르는 시간이 곧 점등 지연이다)에 두루 쓰인다.
실험 설계
준비물
정격이 다른 백열전구 여러 개(꼬마전구·손전등 전구부터 12 V 자동차 전구(차폭등~헤드램프)까지 — 모두 12 V 이하), 저전압 직류 전원, 트랜지스터 스위칭 회로와 함수 발생기(또는 마이크로컨트롤러 보드), 포토다이오드와 부하 저항, 오실로스코프(또는 스마트폰 앱), 손전등 반사경, 볼록 렌즈, 검은 통, 줄자, 색 필터.
변인
독립변인은 전구를 껐다 켜는 구동 사각파의 주파수 f이다(함수 발생기로 정하며 한 번에 이 값만 바꾼다). 종속변인은 수신기가 받은 빛 세기 파형의 변조 깊이, 곧 최댓값과 최솟값의 차이를 그 평균으로 나눈 값이다. 통제변인은 전구의 종류와 구동 전압, 송신기와 수신기의 거리·정렬, 광학계 배치, 주변 조명, 검출기의 부하 저항이다. 정격 전력과 거리 d는 뒤 단계에서 따로 바꾼다.
실험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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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구를 트랜지스터로 껐다 켜는 구동 회로를 꾸미고, 포토다이오드에 부하 저항을 달아 오실로스코프에 연결한다. 검출기는 검은 통에 넣어 주변광을 막고, 전구를 끈 상태의 잡음 폭을 먼저 기록한다 — 이 잡음이 최대 거리를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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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z 안팎의 느린 사각파로 전구를 구동해, 빛 세기가 완만히 오르내리는 파형에서 상승·하강 시간을 읽는다. 하강이 상승보다 느리다면 필라멘트가 스스로 식기만 기다린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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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를 단계적으로 올리며 같은 측정을 되풀이해(조건마다 3회), 변조 깊이가 저주파 값의 1/√2(약 0.707)배로 떨어지는 주파수를 그 전구의 차단 주파수(−3 dB)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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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격 전력이 다른 전구들로 ②③을 되풀이해, 필라멘트가 굵고 무거울수록 차단 주파수가 낮아지는지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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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구를 손전등 반사경의 초점에 놓아 빛을 모으고, 수신기를 멀리 옮겨 가며 신호가 ①의 잡음 폭에 묻히는 지점에서 최대 거리 d를 읽는다. 이때 구동은 ③의 차단 주파수로 두어 속도와 거리를 같은 조건에서 함께 잰다. 반사경을 뺀 맨 전구로도 되풀이해 광학계의 효과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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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구마다 같은 조건에서 짝으로 잰 정보율과 최대 거리의 곱을 계산해 품질 지수를 비교하고, 어느 조합이 가장 큰 값을 주는지 찾는다.
안전 안내
⚠ 안전켜 둔 전구의 유리구는 수백 °C까지 오른다 — 맨손으로 잡지 말고 식힌 뒤 다루며, 유리가 깨지면 날카로운 파편과 뜨거운 필라멘트가 튀므로 보안경을 쓴다. 정격을 넘긴 과전압으로 몰면 전구가 터질 수 있으니 구동 전압은 정격 안에서만 바꾼다. 감전을 피하려면 220 V 상용 전구를 직접 스위칭하지 말고 12 V 이하 저전압 전구와 전원을 쓴다. 반사경·렌즈로 모은 빛은 좁은 각도에 몰려 눈부시니 빔을 눈높이 아래로 잡고 들여다보지 않으며, 볼록 렌즈의 초점 부근은 종이·천에 불이 붙을 수 있으므로 비워 둔다. 밝은 점멸은 드물게 광과민 반응을 부를 수 있다.
예상과 해석
먼저 예상해 보기
전구의 정격 전력을 10배로 키우면 신호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최대 속도는 얼마나 느려질까? 그리고 그렇게 잃은 속도를, 더 밝아져 멀리 간 거리로 만회할 수 있을까?
자료 정리
주파수별 변조 깊이를 표로 모아 가로축을 로그 눈금의 주파수로 그린다. 저주파에서 평평하다가 꺾여 내려가는 저역 통과 개형이 나오고, 저주파 값의 1/√2배가 되는 지점이 차단 주파수다(열복사는 온도의 4제곱을 따르므로 이 저역 통과 틀은 얕게 흔들 때의 근사다). 사각파 한 주기가 1과 0 한 쌍을 나르므로 정보율은 대략 그 두 배로 어림한다 — 1과 0이 번갈아 오는 가장 빠른 무늬 기준의 상한이라, 임의 신호에서는 이보다 낮아진다. 전구별로 정격 전력·차단 주파수·최대 거리·품질 지수를 한 표에 모으고, 가로축을 정격 전력으로 하여 그 곱을 그리면 최적점이 어디에 생기는지 보인다. (수치는 실제 측정으로 채운다 — 여기서는 축과 개형만 제시한다.)
결과의 의미
느린 사각파에서는 빛이 구동 전압을 따라가지만, 주파수를 올리면 필라멘트가 미처 식기 전에 다시 달아올라 변조 깊이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전구의 정보율을 가로막는 것은 회로가 아니라 필라멘트가 식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정격 전력이 큰 전구일수록 차단 주파수가 낮아지는 경향도 예상되며, 이는 문헌이 보고한 냉각 시간(10 W 약 0.02 s, 1,000 W 약 0.30 s)과 같은 방향이다. 큰 전구는 멀리 보내지만 느리고 작은 전구는 빠르지만 가까우니, 곱으로 재는 한 어느 하나만 키워서는 이길 수 없다. 그래서 ‘최적의 송신기’는 더 센 전구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맞바꿈의 조건을 바꾸는 설계 문제가 된다. 주변광이 밝으면 최대 거리가 줄어드니, 잡음도 이 곱에 들어온다.
더 탐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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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멘트를 끄지 않고 벌겋게 달군 상태에서 얕게 흔들어 보자(바이어스). 응답은 빨라지지만 변조가 얕아지니, 차단 주파수와 신호대잡음비를 함께 재어 품질 지수가 가장 큰 바이어스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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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출하는 색을 바꿔 보자. 필라멘트 온도가 조금만 흔들려도 짧은 파장 쪽 빛은 훨씬 크게 흔들린다 — 파란 필터와 붉은 필터를 번갈아 끼워 변조 깊이가 달라지는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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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구 여러 개에 다른 색 필터를 씌워 채널을 나누고 동시에 다른 신호를 보내 보자(다중화). 전구 하나의 속도 한계를 넘지 않고도 전체 정보율을 몇 배로 올릴 수 있는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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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나 네온 전구로 같은 측정을 되풀이해 차단 주파수를 견주어 보자. 열관성 없는 광원이 얼마나 빠른지 대비로 드러난다.
연결 주제
2020년 문제 1 ‘열선 전류계(Invent Yourself)’ — 줄열로 달아오른 도선이 식는 시간이 계측기의 응답 시간을 정한다는 바로 그 물리이며, 이 원고의 차단 주파수는 그것을 주파수 영역에서 본 것이다. 전원·구동 회로·오실로스코프 구성을 그대로 이어 쓴다. 2021년 문제 4 ‘풍속’ — 달군 도선이 바람에 얼마나 식는지로 풍속을 재므로, 가열된 도선의 열수송을 다루는 접근이 같다.
참고문헌
[학생] 위키백과 ‘광선전화(Photophone)’·‘백열전구’ / 영상 검색어 “transmit sound over a light beam” / [심화] Hang Ren · Stepan Lucyszyn, “Thermodynamics-based cognitive demodulation for ‘THz Torch’ wireless communications links,” Scientific Reports 10, 6259, 2020, DOI 10.1038/s41598-020-62234-1 (성능을 ‘거리 × 비트율’ 지수 — 이 문제의 품질 정의와 같은 지수 — 로 평가해 2 m × 125 bps와 8채널 다중화 0.5 m × 1,000 bps를 시연했다. 다만 가시광이 아닌 열적외선 대역이고, 송신기는 전구가 아니라 상용 열적외선 방출기(INTX 17-0900, 열시상수 14.4/16.8 ms)다 — 앞선 전구 방식이 너무 느려 갈아탄 것으로, 전구의 열관성이 실제 한계임을 거꾸로 보여 준다) · Fangjing Hu · Stepan Lucyszyn, “Modelling Miniature Incandescent Light Bulbs for Thermal Infrared ‘THz Torch’ Applications,” Journal of Infrared, Millimeter, and Terahertz Waves 36(4), 350–367, 2015, DOI 10.1007/s10762-014-0130-8 (소형 백열전구의 열적외선 방출·변조 특성을 모형화한 THz Torch 계열 전구 연구 — 직접 껐다 켜는 방식의 최대 정보율은 약 10 bps로 보고된다) ·W. E. Tolles · L. C. Ihrig, “Modulation of radiant energy from incandescent filaments,” Journal of the Optical Society of America 47(1), 101, 1957, DOI 10.1364/JOSA.47.000101 (교류로 켠 텅스텐 전구 밝기의 주기적 흔들림 깊이가 파장이 짧을수록 커짐을 보임 — 색 필터 실험의 직접 근거) · Dulli Chandra Agrawal, “Cooling-times of tungsten filament lamps,” World News of Natural Sciences 13, 52–62, 2017 (EISSN 2543-5426) (전원을 끊은 뒤 광출력이 10 %로 떨어지는 냉각 시간을 슈테판–볼츠만 법칙으로 계산해 제너럴 일렉트릭 카탈로그 값 — 10 W 0.02 s, 100 W 0.06 s, 500 W 0.19 s, 1,000 W 0.30 s — 과 대조했다. 직접 측정이 아니라 이론값과 카탈로그의 비교다). ※ 필라멘트의 열관성이 변조 속도를 가로막는다는 것은 THz Torch 계열 연구가 보였다. 그러나 그 연구는 열적외선 대역에서 열형 검출기를 쓰고, Tolles·Ihrig는 교류에 딸려 오는 변조를, Agrawal은 냉각 시간의 이론값을 다뤘을 뿐이다. 학교 재료로 가시광에서 정격 전력을 바꿔 가며 차단 주파수와 최대 거리를 함께 재어 품질 지수의 최적점을 찾는 일은 인용 문헌 밖이며, 그것이 이 탐구의 개방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