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자 위의 물병이 불을 낼까 — 물병 렌즈
V2 공개자료 교차확인 — 둘 이상의 독립된 자료로 확인
탐구 주제
IYPT 2015 문제 12 ‘Thick Lens’에 관한 원리 해설과 탐구 설계입니다.
교육과정 연결
중학교 과학 「빛과 파동」(반사와 굴절·거울과 렌즈) / 고등학교 통합과학2 「환경과 에너지」(태양 에너지) / 물리학 「빛과 물질」(빛의 굴절과 볼록렌즈) · 진로선택 「전자기와 양자」 (2022 개정 교육과정, 단원 코드는 NCIC에서 최종 확인).
핵심 개념
빛의 굴절, 굴절률, 얇은 렌즈 근사, 두꺼운 렌즈, 렌즈 제작자 공식(lensmaker), 주평면, 유효 초점거리, 후초점거리, 초점비, 원통 렌즈, 선초점, 구면 수차, 직달 일사와 산란 일사, 태양 상수, 발화점
원리 살펴보기
화창한 날 탁자에 놓아둔 물병이 정말 불을 낼 수 있을까? 학교에서 배운 얇은 렌즈 공식을 물병에 대입하면 답이 어긋난다. 돋보기는 얄팍해 두께를 0으로 놓아도 되지만, 물병은 지름과 두께가 엇비슷한 물덩어리다. 빛은 앞면에서 꺾인 뒤 병 속을 가로질러 뒷면에서 다시 꺾이고, 그 사이 두께가 초점을 밀어낸다. 두께를 무시하는 순간 초점의 위치가 두 배나 어긋난다 — 이 문제의 제목이 그냥 렌즈가 아닌 ‘두꺼운 렌즈’인 이유다.
두꺼운 렌즈는 앞뒤 두 굴절면과 그 사이 두께를 함께 셈하고, 초점거리의 기준점을 주평면이라는 가상면으로 옮긴다. 물을 채운 구는 계산이 유난히 깔끔하다. 주평면 두 개가 구의 한가운데로 모이고, 유효 초점거리는 nD/4(n−1)이 된다(n은 굴절률, D는 지름). 물의 굴절률이 약 4/3이므로 유효 초점거리는 지름 D와 같아지고, 초점은 병 뒷면에서 반지름만큼 떨어진 곳에 맺힌다. 같은 구에 얇은 렌즈 공식을 쓰면 그 거리를 D의 4분의 1이라 답하니 실제의 절반이다. 여기에 모양이 하나 더 끼어든다. 병의 몸통처럼 곧은 원통은 빛을 점이 아니라 선으로만 모으고, 어깨·바닥처럼 양쪽으로 볼록한 부분이라야 점으로 모여 위험해진다. 게다가 렌즈는 태양에서 곧게 오는 직달 일사만 모은다. 흩어져 오는 산란 일사는 아무리 밝아도 모이지 않으니 뿌옇게 밝기만 한 날엔 실패한다.
이 셈법은 실험실 밖에서 곧바로 쓰인다. 광통신용 구 렌즈는 지름 1 mm 남짓한 유리구슬로 레이저와 광섬유를 잇고, 태양광 집광 발전은 햇빛을 수십~수백 배로 모아 태양전지 면적을 줄인다. 화재 조사에서는 어항·유리 장식이 발화원으로 지목된 사례를 이 초점 계산으로 검증하고, 화경(burning glass)은 성냥보다 먼저 햇빛을 모아 불을 피운 가장 오래된 광학 도구다.
실험 설계
준비물
지름이 다른 둥근 투명 용기 여러 개(둥근바닥 플라스크·구형 어항·둥근 페트병)와 견줌용 곧은 원통형 페트병, 물, 설탕(굴절률을 올린 용액용), 당도계나 굴절계, 자·줄자, 흰 카드(초점 찾기용)와 검은 도화지(표적), 스탠드·클램프, 금속 쟁반 같은 불연성 받침, 물을 담은 소화용 그릇, 스마트폰(타이머·촬영), 보안경.
변인
독립변인은 물을 채운 둥근 용기의 지름 D이다(한 번에 이 값만 바꾼다). 종속변인은 용기 뒷면에서 초점까지의 거리(후초점거리)와, 검은 도화지에 그을음 자국이 처음 보일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통제변인은 채운 액체와 그 굴절률, 용기의 모양(구형)과 벽 두께, 표적 종이의 종류와 색, 측정 시각과 하늘 상태(맑고 직달 일사가 강한 같은 시간대), 태양·용기·표적의 정렬이다. 굴절률과 모양의 영향은 그 값만 따로 바꿔 확인한다.
실험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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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연성 받침 위에 물을 채운 둥근 용기를 직사광선에 세우고, 그늘 쪽 흰 카드를 움직여 빛이 가장 작고 밝게 모이는 자리를 찾는다. 이때 병 가장자리를 종이로 가려 가운데만 빛이 지나게 하면(공식이 가정하는 중심부 광선만 남는다) 자리가 또렷해진다. 뒷면에서 그 자리까지를 자로 잰다(후초점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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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이 다른 둥근 용기로 바꿔 지름별 후초점거리를 모은다(용기마다 3회). 같은 값을 얇은 렌즈 공식으로도 계산해 나란히 적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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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자리에 검은 도화지를 놓고 그을음 자국이 처음 나타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잰다(정한 시간 상한을 넘기면 「그을림 없음」으로 적는다). 자국이 보이면 즉시 치우고 다음 조건으로 넘어간다 — 불꽃이 이는 단계까지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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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지름의 곧은 원통형 페트병으로 바꿔 초점이 선으로 늘어나는지 확인하고 둥근 용기와 그을림을 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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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대신 진한 설탕 용액으로 굴절률을 올린 뒤 절차 ①③을 되풀이해, 초점이 병 쪽으로 당겨지는지 확인한다.
안전 안내
⚠ 안전햇빛을 한 점에 세게 모으는 실험이므로 반드시 교사 감독 아래 야외에서 한다. 초점을 직접 들여다보거나 병 너머로 해를 보지 않는다 — 모인 햇빛은 순식간에 망막을 상하게 한다. 초점은 흰 카드에 비친 모습으로만 확인하고 보안경을 쓴다. 초점에 손을 대면 몇 초 만에 화상을 입는다. 금속 쟁반·콘크리트 같은 불연성 받침 위에서만 하고 마른 잎·천·종이 더미를 치운다. 표적은 손바닥만 한 검은 도화지 한 장으로 하고, 물그릇을 옆에 두어 그을음이 보이는 즉시 담근다. 그을림 절차는 바람이 잔잔한 날에만 하고 소화기나 소화포를 갖춘다. 정한 시간 안에 자국이 없으면 ‘그을림 없음’으로 적고 넘어가며, 여건이 안 되면 검은 금속판과 비접촉 온도계로 온도 상승을 재어 갈음한다. 유리 용기는 깨짐에 주의한다. 실험이 끝나면 물병을 곧바로 햇빛에서 치운다 — 창턱·나무 탁자·차 안에 둔 물병이 이 문제가 경고하는 발화원이다.
예상과 해석
먼저 예상해 보기
병의 지름을 두 배로 키우면 초점은 병 뒷면에서 얼마나 멀어질까? 그리고 검은 종이가 그을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짧아질까, 길어질까?
자료 정리
용기 지름 D별로 잰 후초점거리를 표로 모은 뒤 가로축을 D로 하여 그래프를 그린다. 두꺼운 렌즈 이론이 맞으면 원점을 지나는 직선이 나오고 기울기는 물에서 약 0.5다 — 얇은 렌즈 공식의 0.25와 견주면 어느 쪽이 맞는지 한눈에 갈린다. 그을림 시간은 지름에 대해 그려 병이 클수록 짧아지는지 살핀다. (수치는 실제 측정으로 채운다 — 여기서는 축과 개형만 제시한다.)
결과의 의미
후초점거리는 지름에 비례해 늘어나고, 그 기울기는 얇은 렌즈가 아니라 두꺼운 렌즈 공식이 예측한 값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된다. 두께를 무시할 수 있는지가 이론의 정답과 오답을 가른다는 것을 자로 재어 확인하는 순간이다. 그을림 쪽엔 반전이 있다. 물을 채운 구는 크든 작든 초점비가 늘 1이어서, 초점에 모이는 빛의 세기는 병 크기와 무관하다. 큰 병은 더 뜨겁게가 아니라 더 넓게 모을 뿐이다. 그런데도 큰 병이 위험한 건 데워진 자리가 넓을수록 옆으로 새는 열의 몫이 줄어 온도가 더 오르기 때문이다. 작은 빗방울은 불을 내지 못하고 큰 물병은 이따금 그을리는 갈림길이 여기에 있다. 대기 밖에서 1361 W/m²인 햇빛이 지표에선 1 kW/m²에 못 미치고 산란 일사는 모이지도 않으니, 원문의 “위험하다”는 단정이 아니라 조건부다.
더 탐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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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개의 크기를 단계적으로 바꿔, 초점이 또렷해지는 정도와 빛의 총량이 줄어드는 정도를 견주어 수차와 밝기의 맞바꿈을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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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지름의 유리 구슬과 물을 채운 구의 그을림을 견줘 보자. 물은 햇빛 중 근적외선의 일부를 스스로 흡수하는데, 그 손해를 가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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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을 바꿔 가며 초점이 탁자 위 어디에 맺히는지 기록해 보자. 해가 낮은 오전·오후엔 초점이 병 옆 탁자면에 닿지만 정오엔 병 밑 그늘에 갇힌다는 지적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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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게 갠 날과 뿌연 날의 그을림을 견줘, 겉보기 밝기가 아니라 직달 일사가 관건임을 확인해 보자. 장마철 한국에서 이 실험이 왜 자주 실패하는지도 설명된다.
연결 주제
IYPT 2024 문제 2 ‘물방울 현미경’ — 액체가 곧 렌즈가 되는 짝 탐구다. 다만 물방울은 두께를 무시하는 얇은 렌즈로 상을 키워 ‘보는’ 쪽이고, 물병은 두께가 초점을 밀어내는 두꺼운 렌즈로 빛을 ‘모아 태우는’ 쪽이라 성립하는 근사가 정반대다. IYPT 2020 문제 5 ‘달콤한 신기루’ — 설탕 용액으로 굴절률을 맞추고 당도계로 확인하는 방법을 쓴다. 다만 그쪽은 농도 구배로 빛을 휘게 한다.
참고문헌
[학생] Exploratorium ‘Water Sphere Lens’(둥근바닥 플라스크나 어항에 물을 채워 초점을 만드는 활동) / Edmund Optics ‘Understanding Ball Lenses’(구 렌즈의 유효 초점거리 nD/4(n−1)·후초점거리와 구면 수차) / 아이다호 파워(Idaho Power) 2017년 7월 사고 보고 — 트럭 콘솔에 둔 물병이 햇빛을 모아 좌석에 구멍을 냈고 직원이 재현 영상을 공개했다(회사 페이스북, 2017-07-13). 여러 소방서와 Live Science·Fox Weather도 “흔치는 않지만 없는 일도 아니다”라는 조건부로 전한다 / [심화] D. W. Warren, “Optical Modeling of Fire Hazards Arising from Sunlight Focused by Water,” Fire Technology 50(6), 1327–1334, 2014 (DOI 10.1007/s10694-013-0353-6; 물이 채워진 용기가 햇빛을 모아 불을 낼 조건을 광선추적으로 모델링 — 위험이 실재하되 조건에 크게 좌우된다) · S. Bednarek, J. Krysiak, “The use of cylindrical lenses in easy experiments for physics education and the magic arts,” Phys. Educ. 46(5), 591–594, 2011 (DOI 10.1088/0031-9120/46/5/013) · G. Kopp, J. L. Lean, “A new, lower value of total solar irradiance: Evidence and climate significance,” Geophys. Res. Lett. 38(1), L01706, 2011 (DOI 10.1029/2010GL045777; 태양 상수 1361 W/m²) · A. L. Baker, Thick-lens optics (D. Van Nostrand, 1912; archive.org 공개, 주평면 계산 고전). ※ 둥근 용기가 이따금 불을 낸다는 사실과 두꺼운 렌즈의 초점 공식까지는 문헌이 덮는다. 그러나 곧은 원통형 병은 빛을 선으로만 모아 세기가 낮으니, 원통형 페트병이 우리 위도에서 표면을 그을릴 수 있는지, 그을림 시간이 지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물이 흡수하는 근적외선의 몫이 유리구에 견줘 얼마나 손해인지는 개방 지점이다.